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전성기 시절에는 일본 영화를 참 많이 봤었습니다.
그때가 아마도 일본영화의 전성기 시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반일감정 때문이 아니라(전.. 반일, 반중 같은 건 없습니다.)
요즘의 일본 영화들은 참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도 일본영화계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볼 수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여전히 좋아합니다.
2018년에 칸에서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해서 한국에도 잘 알려진 감독입니다.
2003년 올드보이로 최민식이 칸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을때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에 아역 아기라 유야에 밀려서 수상이 좌절됐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브로커'도 고레에다 감독이 연출을 맡고 있는데
출연진이 무려 송강호, 아이유, 배두나, 강동원이라서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최근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저서 '영화를 찍으면서 생각한 것들'을 읽다가 문득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역시 2013년 칸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적이 있습니다.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것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다 라는 것만 보면
지겨운 영화겠구나.. 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겠지만
(어쩌면 지겨울지도 모릅니다. 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다 좋아하니까요..)
영화의 소재부터 지겨울수가 없습니다. 저는 아이가 없지만
아이를 가지신 분들이 보신다면 거의 오열하시면서 보시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1960년도만 해도 일본에서는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었다고 합니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유교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고 가부장 중심의 보수적인 사회라서
아이를 오랫동안 키워왔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키웠던 아이보다 친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주 예외적으로 오키나와의 두 가족만이 자신이 키우던 아이를 그대로 기르기로 결정했는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 가족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출연진도 상당히 화려한데요
일본 영화를 많이 보신 분들은 상당히 익숙한 '일본의 송강호' 릴리 프랭키
곡성의 '와타시와 아쿠마' 역으로 출연한 쿠니무라 준
일본의 국민엄마,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에 단골로 출연한 '키키 키린'
세 번째 살인과 료마전의 '후쿠야마 마사하루'
해외 영화제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데
제대로 공감을 하고 본 것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영화 전반에 유교적인 관념이 상당히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바로 '피'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모두 '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내 피를 물려받은 진짜 내 자식
하지만 여성들은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온 나의 자식
함께 지내온 시간들을 생각하면 절대로 내 아이를 보낼 수는 없지만 또 낯선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나를 닮은 아이를 생각하면 그또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내 아이는 자라면서 점점더 그 사람들을 닮아갈 테고 그곳에서 커가는 아이는 점점 더 '우리'를 닮아 갈 테니까요
이야기의 중심인물인 '료타'는 대기업에 근무하는 능력있는 회사원이지만 가정에 충실한 가장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아이 마져도 능력으로 평가하지만 점점 자신의 잘못을 깨달아 갑니다.
어리지만 속이 깊은 케이타는 우연히 부모님의 대화를 듣고
자신이 진짜 엄마 아빠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듣게 됩니다.
가출한 류세이를 찾으러온 아빠가 본인은 찾지 않는 것에 서운함을 느끼고 벽장 안에 숨어버립니다.
영화는 진짜 아버지가 된 료타가 케이타에게 사과를 하고
갈림길 끝에서 다시 만나 관계를 회복하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하지만 1960년의 일본에서는 수많은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뜻을 따라서
가슴이 매어지는 선택을 강요받아 왔을거라고 생각을 하니 너무너무 가슴이 아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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