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물 흐르듯이 잘 읽혀서 좋아합니다.
봄, 가을에 특히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읽은 하느님의 보트는 등장인물도 많이 없고
단순해서 이야기에 집중과 몰입이 쉬웠습니다.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요(극중에서는 대부분 엄마라고만 나옵니다.)는 계속
주기적으로 이사를 다니며 한 남자를 기다립니다.
이게 소설의 주된 내용입니다.
- - - - - - - - - - - - - 스포일러 라인 - - - - - - - - - - - - - - - - - - - - - - - -
요의 딸 소우코 처음에는 엄마와 함께 아빠에 관한 이야기나
놀이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계속되는 떠돌이 생활과 자신에게서
자꾸 아빠의 모습을 찾으려는 엄마에게 화를 내고
아빠가 돌아올 거라고 믿는 엄마에게 자신을 그만 속이라고 다그친다.
결국 소우코는 학교문제로 엄마와 떨어져서 살게되고 엄마도
그 남자가 돌아올 것이라는 환상(하느님의 보트)에서
벗어나 도쿄로 돌아와 현실적인 삶을 살게 된다.
소설의 결말은 소우코가 엄마와의 통화를 끝내고
무척 불안해하고 화면은 엄마의 상황으로 넘어간다
소우코의 엄마는 계속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죽음과 그에 대해 생각하다 가게 문이 열리고 그토록 기다리던 그가 들어온다.
어떻게 보면 해피엔딩으로 볼 수 있지만
난 왠지 소우코의 엄마가 결국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기다리던 '그'를 만난 것 같다.
죽음에 관한 생각과 '그'를 만나는 부분이 단락도 나누어져 있고
문이 열리는 순간 '개체의 습도'같은 것으로 그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설명도
너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우코의 불안한 예감도 있었다
허황된 꿈일지라도, 거짓된 약속이라도 믿고 있는 편이
그것이라도 잡고 있는 편이 소우코와 소우코의 엄마 요에게는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이루어지지 않을걸 알면서도 믿고 있는 희망
당첨되지 않을껄 알면서도 사게되는 복권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
현실이 너무나 척박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달콤한 거짓말이 삶을 지탱해주는 기둥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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